경제적 독립군 Financial Résistance
2022년 3월 6일 (3/6/2022) - 우레탄줄 본문

살다보면 실처럼 가늘지만 우레탄줄 처럼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 있는거 같다. 내게는 다연이가 그런 인연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가 군대보다도 더 지겨웠던 고등학교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연이를 알게되었다. 이미 인디애나 대학교로 진학이 확정되어 있던 당시에, 나는 대학교에서 만나게 될 친구들을 싸이월드를 통해서 입학전부터 연락하며 지내게 되었는데, 그중 다연이가 첫번째였다. 싸이월드 페이지 넘어로 보이는 다연이의 첫인상은 호리호리한 체형에 검은색 스키니진을, 그리고 순수하고 해맑게 웃던 다연이의 첫 모습이 기억난다.
솔직히 당시에 나는 다연이랑 친해지기 어렵겠다고 지레 겁먹었었다. 과체중에 여드름쟁이, 그리고 게임에 빠져서 나를 꾸밀줄 모르던 나는 고등학교 내내 만족스럽지 못한 교우관계를 가졌었고, 그런 내눈에 다연이는 속히 '잘나가는 무리', '좀 노는 친구' 라고 생각하고 경계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내게 오히려 편견 없이 대해준게 다연이였다. 내가 하는 농담들, 내가 하는 이야기들, 내가 하는 장난들. 누군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어떤이들은 기분 나쁘게 받아드렸던 것들인데, 다연이는 그저 한없이 웃어주었다. 내게도 나를 믿어주는 청중이 생긴 느낌이였달까?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대단히 특별하진 않았지만, 꾸준하고 지속적이였다. 매번 삶의 큰 변화속에서 인연의 줄을 놓을 뻔 했던건 나였고, 그 줄을 잡아준건 다연이였다. 나의 상처와 세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주최할수 없는 욕심 때문에 이따금 세상과 등지던 나에게 항상 선뜻 먼저 연락하고 신경써주던건 다연이였다. 그게 블루밍턴이였건, 뉴욕이였건, 한국이였건. 그 꾸준한 믿음과 연락이 나의 의심을 신뢰로 돌려놓았고, 서서히 다연이는 나에게 몇안되는 '진짜'가 되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편견없이 나를 대해준 다연이에게 너무 감사하고, 그 편견 없는 '용기: braveness'가 실처럼 가늘지만 끊어지지 않는 우레탄줄 같은 인연을 만든거같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편견없이 나를 바라봐주던 다연이가 없었다면 우리의 인연은 이렇게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다연이만큼, 다연이에게 좋은친구가 되어주었는지 반성해보게된다. 나는 너를 똑같이 편견없이 대하고 있었을까? 내가 너의 입장이였다면 선뜻 나에게 손을 내밀수 있었을까?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12년이 지나도 다연이는 여전하다. 이제는 스키니진도 안입고, 예전처럼 철없이 웃지는 않지만, 난 여전히 이 우뢰탄줄같은 인연을 굳게 잡고있는 다연이가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이 인연을 잡고 나를 믿어준거에 고맙고 미안하다.
이럴줄 알았다면 같이 사진이라도 찍을걸 그랬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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